ARTU BEYOND THE GALLERY
헤세와 그림들
헤르만 헤세, 나를 찾기 위한 자살 - 처음 걷는 길
2015-06-08, 12:00, 기획: 이하은, 기자: 박수정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는 독일 남부지방 뷔르템베르크에서 출생하였다. 열 살 때 동화 '두 형제'를 써낼 만큼 문학적 재능이 남달랐던 헤세는 1899년 21살의 나이에 첫 시집 '낭만의 노래'로 문단에 데뷔하였다. 그 후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로 들어가 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적 재능을 펼쳐가고, 1946년 작품 '유리알 유희'를 통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또 그들에게 삶의 큰 지표를 던져준 헤세의 작품 세계를 보면 독일 문학의 큰 맥락을 알 수 있다. 독일문학 정신사적 굵은 흐름 중 하나인 이원성의 대립과 통일의 문제를 헤세의 작품 세계 안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는데, [데미안]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대립을 [황야의 이리]에서 동물적 충동의 세계와 도덕적 시민의 본성의 충돌,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이성과 감성의 통합시도를 볼 수 있다. 헤세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이러한 대립들은 '나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로 내면에 대한 탐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헤세는 1892년 15살의 나이에 첫 자살 시도를 하였고 그 밖에 두 번의 자살 시도가 있었다. 헤세의 일기와 서신들에서 우울감에 대한 대목을 볼 수 있는데 젊은 시절 헤세는 자신의 삶의 목적을 느끼지 못하였고 인생의 의미도 찾지 못하였다. 인생이 너무도 무의미 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과 고찰들이 자아와 내면의 정체성을 탐구하며 끊임없이 헤세를 괴롭힌 것이다. 이러한 헤세의 내면 탐구에 대한 고찰들에 대한 내용이 헤세의 작품 곳곳에 묻어있다.
헤세는 일생동안 양면적 고뇌 속에서 조화를 추구했던 작가이다. 헤세는 정신적 장애로 고통 받을 때 프로이트와 더불어 현대 심리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융을 만나게 되었고 융에게 직접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헤세는 융의 심리학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융은 나에게로 가는 길을 의식과 무의식의 균형에서 찾는다. 헤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원성들, 정신과 육체, 이성과 욕망, 문명과 자연, 의식과 무의식의 대립, 이러한 대립들은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대립들에 대한 성찰이다. 이러한 대립들의 어느 한 부분을 억압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예로 [데미안]에서 시민 사회에서 억압되어지는 '악마의 짓이나 범죄'로 간주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헤세는 이러한 대립의 통일에서 완전한 자유의 완성이 이루어진다고 본 것이다.
끊임없이 '나'라는 존재에 대한 탐구를 한 헤세의 삶이 작품들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있다. 작품들이 개인의 정체성과 내적 의미와 감추어진 인생의 목적, 깨달음으로 가는 길 등의 주제를 담고 있는 것을 보아 알 수 있다. 헤세는 자신의 내면의 길을 걷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목표로 삼고 걸어야 할 길이라고 믿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 중에는 사는 것에 바쁘고 생활에 치여서 '나는 누구인가', '나에게 자유란 무엇일까'처럼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의 삶이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면 걷는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이길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생각해야한다. 하지만 걸어가는 주체인 나를 모르고, 걷고 있는 길에 대해서도 모르고 또한 가고자 하는 목적지마저 모른다면 의미 없는 여정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지치게 되고 종국에는 불행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헤세는 이러한 삶의 길을 걷는 여정 속에서 '나는 어디로 가고있는가, 이 길은 어떤 길일까, 나의 목적지는 어디인가'에 대하여 거듭된 생각과 고민을 거쳤다.
헤세는 '나'라는 것에 생각하며 고통을 느끼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아프기도 하며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그 시련들을 이겨내었고 지난 시련을 통해서 얻은 것들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갔다. [삶을 견디는 기쁨]이라는 책에서 헤세는 "질곡 많은 삶을 살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책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보면 숨기고 싶고 감추고 싶은 부분을 인정하며 내면의 균형과 조화를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헤세라는 '사람'의 삶을 통해, 또 그의 작품들이 '나'라는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나의 길을 걷게 된 시작이 될 수도 있고, 또한 걸어가고 있다면 걷는 길의 중간에 서 있는 표지판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