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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화백의 '슬픈 전설' 반복되나

 

 

2015-08-20, 14:37, 기자: 최재서

 

서울시 '장난'에 뿔난 딸

 

숱한 논란에 오르는 그림 값

 

 

 

작년 생사논란으로 많은 이에게 주목을 받았던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상설전시 중이다, 그의 딸인 이혜선씨와 서울시 사이의 충돌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나 그의 기증작 전시는 계속된다.

 

천화백의 딸은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서울시에 기증작 반환요청 중이다. 지난 7월 서울시립미술관이 기증자 허락 없이 작품 외부전시를 하게 되면서 딸은 기증품 관리 소홀에 한층 더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2012년 고흥 천경자전시관 폐관의 이유도 작품 관리 소홀이었다. 이외에도 천경자 생사논란으로 인해 예술원이 수당을 끊자 딸이 예술원 탈퇴를 요구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와 같이 숱한 논란이 일면서 천경자 화백의 그림 값은 날로 치솟는 중이다. 작년 5억에 유통되었던 것으로 알려진 그의 작품 <막을 내리고>는 7월 15일 8억6천에 낙찰되어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딸의 끊임없는 기증품 반환요구만 봐도 작품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천화백에 대한 논란과 이에 따른 수집가들의 관심을 틈 타 그의 작품은 계속해서 경매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옥삼랑을 생각하며>, <타이티> 등의 작품들도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 등장했다.

 

생사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서울시와 딸 사이의 분쟁, 그리고 그 사이 높아지는 그의 위상을 보고 있자니 그의 과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화가로서 고통스럽던 시절을 회상한 작품인 <내 슬픈 전설 22페이지> 속 쓰디 쓴 표정은 현재 그의 심정을 얘기해 주는 듯하다. 그의 그때 그 시절도 지금처럼 파란만장했다. 아픈 22살의 기억을 딛고 결혼으로 행복한 생활을 누리는 듯했지만 자유로운 화가의 삶에 반하는 결혼생활은 곧 파경을 맞는다. 그리고 두 딸을 뒤로한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하지만 또 한 번 실연을 겪는다. 유부남을 사랑한 것이다. 이 지독한 고통 속에서 그는 작품 <생태>를 완성시킨다. 수십 마리의 뱀을 그린 후 사랑하던 뱀띠 남자의 나이에 맞추어 두 마리를 더 그려 넣어 35마리로 완성하였다. <생태>는 그의 존재를 한국 예술계에 각인시킨 첫 번째 작품이다. 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상쇄시켜 줄 수 있던 작품이기도 하다. '슬픈' 상황 속에서 '전설'이 된 그의 작품은 지금 그의 상황과 맞물려 있다.

 

더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고, 좋은 뜻으로 기증한 작품이 풍파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뱀'은 그의 수호신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그림 속 여인을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며 '뱀'들이 자신을 고통 속에서 구원해 주길 바랐을 것이다. 이제는 모두가 그를 고통 속에서 놓아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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