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U BEYOND THE GALLERY
2015-06-017, 01:15, 기획: 최재서, 기자: 이건희
허영만 화백은 40년간 무려 215편의 만화를 그린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만화가다. 하지만 그런 그가 처음부터 만화가를 꿈꾸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세가 기울면서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포기하고, 당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허영만은 고교 졸업 후 바로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만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 후 허영만은 1974년 <집을 찾아서>란작품으로, 만화계에 데뷔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의 진정한데뷔작은 각시탈 이라고 할 수 있다. <각시탈>은허영만 신화의 첫 발걸음이자 출세작 이었다.
▷허영만의 분신 이강토 그리고,
허영만은 <각시탈>에서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명캐릭터, 이강토를 만들어 냈다. 본래친일파였던 이강토는 자신의 친형을 죽이게 되고, 이 후 각시탈을 쓰고 일본 순사들을 처단하는 비극적 인물이다.
"우리 아버지가 일정시대(일제강점기) 때 순사를 하셨어요. 근무지 주민들이 송덕비를 세우려고 했었다는걸 보면 흔히 말하는'악독한 순사'와는 달랐던 모양이지만, '각시탈'에서는 아버지가 적(敵)인 셈이죠. 그래도 크게 개의치 않고 그렸어요. 그때를 다룬 만화에서 어차피 일본은 부정적으로 그려지기 마련이니까…."
아버지가 일제강점기에 순사를 지내 ‘쪽발이’라 불리며성장한 허영만. 그는 놀림 받았던 과거를 작품으로서 드러내고 승화시켰다. 얼굴을 가리고 불의와 싸우는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워낙 많지만, <각시탈>의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 각시탈을 쓴 이강토가 일제순사들을 처단하는 이야기는 허영만에게 특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각시탈> 속에서 당시일본 순사 였던 아버지를 적으로 두고, 그와 투쟁하고 싸우는 이야기는 과거 놀림 받았던 자신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했을 것이다. 각시탈의 시대적 설정에 대해 허영만은 말한다. “시대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택한것은 뚜렷한 투쟁적 대상으로 삼기에 그들이 적당하다 싶었기 때문” 이라고.
그는 아버지의 과거에 맞서 그것을 드러내고, 투쟁적 대상이 되기에 마땅하다고 인정한다. 허영만은 이강토라는 자신의분신과도 같은 캐릭터 속에서 억압받는 서민을 지키고, 그들이 느끼는 고통을 어루만지려 노력한다. 아마도 <각시탈>이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허영만은 <각시탈>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고 작품으로서 상처를 승화시키면서 진정한 만화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그렇게 <각시탈>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에는 본격적으로 “허영만 신화”가 시작된다.
각시탈 속 숨기고 싶었던 얼굴
-허영만의 40년 만화인생 시작케한 과거